07. 병렬적으로 일을 수행하기
병렬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어떻게 하면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프로젝트를 여러 개 굴리면서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나요?”
나도 이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렇다면 먼저, 병렬이라는 말의 뜻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병렬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둘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이 나란히 벌여 있거나 놓여 있음.
즉, 병렬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순서대로만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일을 각자의 흐름에 맞게 동시에
굴러가게 만드는 것에 가깝다.
다만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된다.
병렬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모든 일을 한 번에 다 한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은 컴퓨터가 아니다.
카톡을 보면서, 매출을 확인하고
블로그를 쓰고, 회의를 하고, 상품을 수정하고
팀원을 챙기고, 프로젝트까지 진행하는 일을
진짜로 한순간에 전부 할 수는 없다.
그건 병렬이 아니라 과부하다.
내가 생각하는 병렬적 일하기는
모든 일을 동시에 붙잡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일이 멈추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다.
올해만 10개가 넘는 프로젝트

나 같은 경우에도 올해만 1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바쁘다.
정신없을 때도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 쉴 건 쉬고
놀 건 놀고, 여행도 가고
사람도 만나면서
어떻게든 일을 굴리고 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내가 생각하는 답은 하나다.
평소에 틈틈이 일을 굴려두는 것.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분명 병렬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틈틈이 일을 하라는 말이 나오는가?
잘 생각해보자.
하루는 24시간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24시간이 주어진다.
대기업 총수이든, 공무원이든
직장인이든, 대학생이든 마찬가지다.
그 24시간 안에 10개가 넘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직원과 인력, 돈을 충분히 사용하면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그 정도의 자본과 시스템이 없다.
그러니 직접 해야 하는 일이 훨씬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모든 일을 몰아서
처리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각 분야별로 최소한의 루틴을 만들어두고
그 루틴이 멈추지 않도록 관리한다.
병렬적으로 일하려면 하루 단위를 쪼개야 한다

내 지인들은 알겠지만
나는 어디를 이동할 때나 여행을 갈 때도
꼭 확인하는 것들이 있다.
매출 확인.
출고되는 품목 점검.
네이버 검색 순위 확인.
카탈로그 상태 확인.
이런 것들은 거의 매일 본다.
물론 여행을 가면 시차도 있고
생활 패턴도 달라지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루틴을 그대로 소화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똑같이 하는 것이 아니다.
분야별로 최소 루틴 한 세트만
하루 안에 수행하면 된다.
나는 일을 하기 전에 항상 생각한다.
“이 일에서 하루에 무조건
확인해야 하는 단위는 무엇인가?”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갑자기 일정이 꼬이더라도
최소한 이것만큼은 봐야 하는 루틴을 정해두는 것이다.
정해진 정답은 없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2~3년간 직접 테스트해보고
고통도 겪어보고
손해도 보면서 만든 방식이다.
루틴의 중요성은 손해를 봐야 알게 된다

하나의 예시를 들어보자.
나는 한때 전동 임팩이라는
품목을 가장 좋아했고 또 잘 팔고 있었다.
네이버는 나중에 따로 후술하겠지만
굉장히 순위와 카테고리에 민감한 플랫폼이다.
멜론 차트나 인기 차트처럼
한 번 순위가 밀리는 것은 정말 한순간이다.
문제는 인터넷 상거래에서 순위가 밀리는 순간
그것이 곧 매출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짧게는 하루 매출에 영향을 주고
길게는 한 달, 더 길게는 1년 매출에도 영향을 준다.
처음 1년 차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어? 임팩이 잘 나가네?”
그리고 방관했다.
잘 팔리니까 괜찮은 줄 알았다.
가만히 둬도 계속 잘 팔릴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순위가 밀렸다.
카탈로그에 빠졌다.
매출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처음에는 이유도 몰랐다.
“왜 갑자기 매출이 줄었지?”
“무슨 문제가 생긴 거지?”
그렇게 전전긍긍했다.
그런데 나중에 이유를 알고 나니
결국 나의 무관심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해외를 가든
국내 여행을 가든, 행사를 가든
무조건 검색어 순위와 카탈로그 상태를 확인한다.
물론 그 뒤에도 나만의 루틴과 관리 방법이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영업비밀이자
나만의 노하우이기 때문에 여기서 자세히 쓰지는 않겠다.
중요한 사실은
루틴은 남이 중요하다고 말해줄 때는 잘 와닿지 않는다.
직접 고통을 겪고, 손해를 보고, 피해를 입어봐야
중요성을 알게 된다.
하지만 한 번 루틴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
분야가 달라도 계속 적용하게 된다.
블로그도 하나의 루틴이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도 비슷하다.
공익 생활을 하면서
내 시간은 분명히 한정적이 되었다.
하지만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내 생각을 기록하고 싶었고
내가 하는 일들을 정리하고 싶었고
팀코드브릿지라는 비영리단체를 조금씩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세무서 출근 후 하루 30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 시간을 계속 루틴화해서 살다 보면
언젠가는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루 30분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 달이면 꽤 많은 글이 되고
1년이면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기록이 된다.
처음 루틴 한 세트를 만들고
유지시키는 것이 힘들 뿐이다.
그다음 루틴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렇게 분야별 루틴이 하나씩 생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병렬적으로 일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루틴만 만드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루틴만 만들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방금은 루틴이 중요하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딴말을 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프로세스에는 검증이 필요하다.
감사까지는 너무 거창한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검증을 하지 않는 프로젝트는
성공과 실패를 구분할 수 없다.
열심히 했는지와 잘했는지는 다르다.
바쁘게 움직였는지와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었는지도 다르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초기 목표를 잘 설정해야 한다.
물론 목표는 중간에 바뀔 수 있다.
상황이 달라지면 방향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목표가 아예 없으면
그 프로젝트는 나중에 돌아봤을 때
의미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했나?”
“무엇을 배웠나?”
“다음에는 무엇을 고쳐야 하나?”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회고할 내용은 회고해야 한다.
부족했던 점은 인정해야 한다.
본인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태도가 있어야 다음에 더 잘할 수 있다.
병렬적으로 일하려면 제발 적어라

병렬적으로 일할 때 가장 기본적인 태도
중 하나는 기록이다.
제발 적어야 한다.
난 그리 머리가 좋지 않을 뿐더러
본인의 머리를 너무 믿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해야 할 일을 까먹을 수 있다.
일이 많아질수록 더 그렇다.
병렬적으로 일할 때 가장 위험한 말 중 하나가 있다.
“나중에 해야지.”
물론 나중에 할 수도 있다.
모든 일을 지금 당장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나중에 할 거라면
그 일을 반드시 어딘가에 적어둬야 한다.
카톡 나와의 채팅방이든
노션이든, 캘린더든
메모장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내 머리 밖으로
일을 꺼내두는 것이다.
머릿속에만 있는 일은 쉽게 사라진다.
기록된 일만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병렬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다.
까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시 볼 수 있게 남겨두는 사람이다.
무엇을 할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도 정해야 한다

병렬적으로 일하려면 무엇을 할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도 정해야 한다.
모든 일을 내가 직접 하려고 하면
결국 모든 일이 애매해진다.
내가 해야 하는 일.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되는 일.
지금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일.
아예 하지 않아도 되는 일.
이것들을 구분해야 한다.
일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오래 가는 사람이다.
아무리 많은 일을 해도
내가 먼저 무너지면 아무 의미가 없다.
나도 아직 이 부분은 잘하지 못한다.
일을 너무 많이 벌이고
혼자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씩 배우고 있다.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일과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되는 일을 구분하는 것.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과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을 나누는 것.
이것도 병렬적으로 일하기의
중요한 기술이다.
병렬적으로 일하는 방식에도 부작용은 있다

물론 병렬적으로 일하는 방식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머릿속에 계속 일이 떠다니기 때문에 쉽게 피곤해진다.
쉬는 날에도 완전히 쉬지 못할 때가 있다.
여행을 가서도 매출을 확인하게 된다.
친구를 만나고 있어도
갑자기 해야 할 일이 생각날 때가 있다.
이 방식은 분명히 장점이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
그래서 나에게도 아직 숙제가 있다.
일을 병렬적으로 굴리되
나까지 같이 갈려 나가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
많은 일을 오래 하고 싶다면
결국 나를 망가뜨리지 않는 방식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병렬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나만의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결국 병렬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일을 많이 하는 기술이 아니다.
여러 일을 오래 굴러가게 만드는
나만의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매일 봐야 하는 것은 매일 보고,
가끔 봐도 되는 것은 가끔 보고,
깊게 고민해야 하는 것은 따로 시간을 빼고,
다른 사람에게 맡길 것은 맡기고,
끝난 일은 기록하고 회고하는 것.
이 시스템이 있어야 여러 일을 동시에 굴릴 수 있다.
나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여전히 놓치는 것도 많고
가끔은 너무 많은 일을 벌여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도 매일 루틴을 만들고
기록하고, 검증하고
다시 고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냥 바쁘게 사는 사람과
병렬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다르다.
바쁜 사람은 계속 쫓긴다.
하지만 병렬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여러 일을 굴리면서도
어디에 힘을 줘야 하는지 알고 있다.
나는 아직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
그래도 계속 나만의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병렬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바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오래 가기 위해 나를 설계하는 방법이다.
민원인 안내 업무를 하던 중
잠시 틈을 내어 글을 쓴
장원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