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Q.지금지쳤나요? A.아니요.

훈련소에 다녀온 지 이제 막 4주 차쯤 지났다.
공익 훈련소 썰은 나중에 따로 올리겠지만
3주의 제한된 생활 속에서도 하나 배운 것은 있다.
바로 생활습관이다.
군대에서 배운 단 하나, 생활습관

군대는 보통 중대 단위로 생활하고 움직인다.
훈련을 받을 때도 큰 제대 단위에서는 중대로 움직이고
밥을 먹을 때도 중대 순서에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어떤 날은 밥을 빨리 먹을 수도 있고
어떤 날은 늦게 먹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하나만큼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바로 기상 시간이다.
평일에는 무조건 6시 기상.
주말에는 7시 기상.
사실 사회에 있을 때도 6~7시 정도에는 어렵지 않게 일어났기 때문에
이 자체가 엄청 힘들지는 않았다.
진짜 힘들었던 건 따로 있었다.
바로 혹서기였다.
새벽 3시 기상이라는 개헬

혹서기란, 여름에 날이 너무 더워 낮에 훈련을 하기 어려울 때 새벽에 일어나 훈련을 진행하는 기간을 말한다.
우리는 사격, 화생방, 행군, 각개전투 등 거의 대부분의 훈련을 혹서기 기간 동안 수행했다.
물론 공익인지라 현역 친구들에 비해서는 훈련 강도가 많이 약했던 것은 사실이다.
현역 친구들은 내가 훈련소에 간다고 했을 때 거의 “군대 캠프 가는 거랑 비슷하다”고 말했는데, 솔직히 딱 그 수준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공익들은 몸이 아파서 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분대장님과 소대장님들도 어느 정도 훈련 강도를 차등적으로 봐주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예외가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기상 시간.
오전 3시 기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개헬이다.
하지만 군대의 신조가 무엇인가.
안 되면 되게 하라.
이 말을 다시 떠올려보면, 이상하게 또 못 할 일은 아니었다.
약 2주간 혹서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 3시 기상이 몸에 맞기 시작했다.
물론 피곤했다.
짜증도 났다.
허리도 아팠다.
감기도 걸렸다.
그래도 몸은 적응했다.
참 신기하다.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지는 것 같으면서도, 또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한다.
사회로 돌아왔더니, 새벽형 인간이 되어 있었다
훈련소 밖을 나와 다시 사회에서 공익으로 출퇴근을 시작하니
어느덧 이 생활이 더 몸에 맞아버렸다.
그래서 나는 요즘 새벽 4시에 기상한다.
군대보다 1시간이나 더 늦게 일어나는 것 아닌가?
완전 개꿀이다.
K-군대 타임에 맞게 밤 10시 이전에 취침하고, 정확히 새벽 4시에 기상한다.
우리 아빠도 새벽 4시에 일어나 가게에 갈 준비를 하신다.
나도 아빠를 도와 아침을 준비하고, 나와 아빠는 정확히 새벽 5시에 집을 나선다.
이렇게 보면 꽤 건강한 삶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실제로 건강한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살아지고 있다.
새벽 5시 10분, 나의 첫 번째 출근

개인 사무실까지 이동 시간은 정확히 10분이다.
사실 이곳을 사무실로 정한 이유도 입대 전 나의 희망사항과 고려사항에 있었다.
세무서까지는 버스로 약 15~20분 거리.
비상시에는 택시를 부르면 바로 잡힐 수 있는 위치.
참고로 신내역 근처이기 때문에 택시가 꽤 잘 잡힌다.
그렇게 새벽 5시 10분에 사무실에 도착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가면, 나는 그날 8층의 불을 처음으로 켜는 사람이 된다.
그 순간이 꽤 좋다.
아무도 없는 공간.
아직 하루가 제대로 시작되기 전의 조용한 시간.
그리고 내가 가장 먼저 켜는 불.
그때부터 나는 3시간 동안 일을 한다.
진짜 1분 1초가 아까울 정도로 몰입한다.
왜냐하면 진짜로 물리적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3시간이 너무 짧다
8시에 사무실을 나서면서 매번 많은 생각이 든다.
“더 열심히 일할걸.”
“저 상품 하나만 더 수정할걸.”
“오늘 매출이 안 나오면 어쩌지.”
솔직히 말하면, 매일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돈을 버는 일은 늘 신경 쓰인다.
특히 내가 직접 운영하는 일이라면 더 그렇다.
누가 시킨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더 신경 쓰인다.
잘되면 내 책임이고, 안 돼도 내 책임이다.
그래서 더 불안하고, 더 몰입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루 종일 나를 몰아붙일 수는 없다.
출근하면서도 계속 일 생각을 하는 나에게, 소소한 보상을 하나 주고 싶었다.
바로 커피 사 먹기다.
나의 두 번째 출근, 2,000원짜리 아메리카노
8시가 되면 자리에서 바로 일어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간다.
처음에는 조금 미적거리면서 내려갔는데, 구청 직원분들도 보통 8시부터 8시 30분 사이에 출근하시기 때문에 이제는 꽤 민첩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2,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을 텀블러에 테이크아웃한다.
그 커피를 들고 나는 다시 이동한다.
이제 두 번째 출근이다.
그렇게 하면 시간은 대략 8시 15분에서 20분쯤 된다.
어떻게 보면 더 빠듯하게 움직여서 물리적인 시간을 더 벌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이상으로 하면 내가 과로를 하거나 몸이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적당히라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꽤 자주 무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의식적으로 적당히 해야 한다.
매일 완벽할 필요는 없다
물론 매일 이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과 술 한잔을 할 수도 있다.
갑자기 급한 업무가 생겨서 오늘 안에 넘겨줘야 하는 문서가 생길 수도 있다.
어떤 날은 몸이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새벽 4시에 일어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그냥 6~7시에 일어난다.
애초에 숙취가 있는 상태로 일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안 그래도 피곤한데, 과연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
나는 나를 몰아붙이는 것도 좋아하지만, 완전히 망가뜨리고 싶은 것은 아니다.
오래 가려면 리듬이 필요하다.
그리고 리듬을 지키려면 가끔은 쉬어야 한다.
지금 지쳤나요?

그래서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 같다.
“지금 지쳤나요?”
아니요.
지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수도 있다.
몸은 피곤하다.
잠도 부족할 때가 있다.
해야 할 일은 늘 많고, 생각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마음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고,
새벽 5시에 집을 나서고,
5시 10분에 사무실 불을 켜고,
3시간 동안 미친 듯이 일하고,
2,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들고 다시 출근하는 이 생활이
이상하게도 지금의 나에게는 꽤 잘 맞는다.
그러니 오늘의 답은 이거다.
Q. 지금 지쳤나요?
A. 아니요. 아직 할 만합니다.
장마의 연속에서
장원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