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일을 벌이는 방법
일을 벌리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다.
그냥 바로 시도하면 된다.
말은 참 쉽다.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는
이 쉬운 일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하지 못한다.
“이게 과연 성공할까?”
“이게 시장에서 먹힐까?”
“사람들이 진짜 필요로 할까?”
“괜히 시작했다가 망하면 어떡하지?”
“내가 이걸 할 자격이 있나?”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기 때문이다.
나도 이해는 한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섭다.
머릿속에만 있을 때는 완벽했던 아이디어도
막상 밖으로 꺼내는 순간 평가를 받는다.
누군가는 별로라고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미 비슷한 게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생각보다 반응이 없을 수도 있고,
내가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피드백이 돌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머릿속에만 넣어두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디어는 실행되기 전까지는
그냥 생각일 뿐이다.
그리고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시작하라는 뜻은 아니다.
시장조사도 하지 않고,
사전 점검도 하지 않고,
돈부터 쓰고,
사람부터 모으고,
일단 사무실부터 계약하는 방식은 도전이 아니다.
그건 그냥 맨땅에 헤딩이다.
내가 말하는 일을 벌리는 방법은
무모하게 시작하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정석은 이렇다.
검증은 빠르게, 실행은 작게, 책임은 끝까지.
완벽하게 준비한 뒤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작게 검증하고,
빠르게 반응을 보고,
그 반응을 바탕으로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다.
완벽한 준비보다 중요한 것
'피나는 연습만이 만점을 만든다' -정승제 생선님-
많은 사람들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완벽한 준비를 하려고 한다.
기획서도 완벽해야 하고,
디자인도 완벽해야 하고,
기술도 완벽해야 하고,
팀원도 완벽해야 하고,
시장조사도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준비는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완벽한 준비라는 것은
거의 없다.
준비를 하다 보면 또 부족한 것이 보이고,
조사를 하다 보면 또 불안한 것이 보이고,
계획을 세우다 보면 또 새로운 변수가 생긴다.
그러다 보면 결국 시작을 못 한다.
나는 일을 벌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이 문제를 진짜 불편해하는지,
내가 제안한 해결책에 관심을 보이는지,
돈이나 시간을 쓸 만큼 필요한 일인지.
이걸 먼저 확인해야 한다.
머릿속에서만 굴러가는 아이디어는
언제나 좋아 보인다.
하지만 현실에 꺼내놓는 순간,
그 아이디어는 평가를 받는다.
그 평가를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모든 일을 가볍게 시작할 수는 없다

물론 모든 일을 가볍게
테스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요식업이다.
요식업은 한 번 시작하면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
매장 계약을 해야 하고,
인테리어를 해야 하고,
주방 집기를 들여야 하고,
재료를 준비해야 하고,
직원도 구해야 한다.
한 번 시작하면 되돌리기도 어렵다.
간단한 웹서비스처럼
랜딩페이지 하나 만들어보고,
반응이 없으면 접는 방식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런 분야는 더 신중해야 한다.
상권은 어떤지,
유동인구는 얼마나 되는지,
주변 경쟁 매장은 어떤지,
가격 경쟁력은 있는지,
원가 구조는 괜찮은지,
고정비를 버틸 수 있는지,
재방문 가능성은 있는지.
이런 것들을 충분히 봐야 한다.
반대로 초기 투자비용이 낮은 일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간단한 웹서비스,
교육 프로그램,
콘텐츠,
소량 상품 테스트,
커뮤니티 운영 같은 일은 비교적 작게 시작할 수 있다.
초기 비용이 낮다는 것은
실패했을 때 회복하기도 쉽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런 분야는 오래 고민하기보다
작게라도 테스트해보는 편이 낫다.
나는 새로운 일을 벌릴 때 항상 생각한다.
“이걸 가장 작게 검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작게 보여주고,
작게 반응을 보고,
가능성이 있으면 키우면 된다.
토스도 앱부터 만들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알고 사용하는 서비스 중 하나가 토스다.
토스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거대한 금융 플랫폼이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아주 명확한 불편함에서 시작했다.
돈을 보내는 일이 너무 불편했다.
친구들과 밥을 먹고 돈을 나눠 보내려면
은행 앱에 들어가야 했다.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하고,
보안카드를 확인하고,
계좌번호를 입력하고,
여러 절차를 거쳐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번거로운 과정이었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토스팀이 처음부터 완벽한 앱을 만들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토스팀은 앱을 만들기 전에
티저 페이지로 먼저 반응을 확인했다.
2013년 말 출금 기능이 실제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뒤,
바로 앱 개발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티저 홈페이지부터 만들었다.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 뒤
앱을 만들어도 늦지 않다는 것을
앞선 실패들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후 홈페이지를 열고 트위터에 링크를 올리자,
4시간 만에 1,000번 넘게 리트윗되었고
3일 동안 2,000명이 전화번호를 남겼다고 한다.
나는 이 사례가
일을 벌리는 사람에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토스팀은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먼저 사람들이 진짜 반응하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반응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앱을 만들 확신을 얻었다.
검증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일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진짜 불편해하는 문제인지,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실제로 반응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 진짜 좋은 아이디어 있어.”
“이거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누가 훔쳐 가면 어떡하지?”
물론 아이디어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문제다.
사람들이 별로 불편해하지 않는 문제를 붙잡고 있으면,
아무리 멋진 아이디어라도 힘을 받기 어렵다.
반대로 사람들이 진짜 불편해하는 문제라면,
처음 해결책이 조금 투박해도 반응이 온다.
그래서 일을 벌리기 전에는
아이디어를 자랑하기보다 문제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불편한 적 있으세요?”
“지금은 어떻게 해결하고 계세요?”
“그 방식에서 가장 귀찮은 부분은 뭐예요?”
“이 문제가 해결되면 돈을 낼 의향이 있으세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는
머릿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좋은 문제를 오래 관찰하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칭찬에도 속으면 안 된다.
“괜찮네요.”
“좋은데요.”
“나오면 써볼게요.”
이 말은 고맙지만, 검증은 아니다.
진짜 검증은 행동이다.
상대가 시간을 쓰는지,
연락처를 남기는지,
실제로 신청하는지,
주변에 공유하는지,
돈을 내거나 낼 의향을 보이는지.
이걸 봐야 한다.
일을 벌리는 것은 재미있다

솔직히 말하면,
일을 벌리는 것은 재미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는 기분이 좋다.
사람들을 모을 때도 신난다.
처음 기획서를 만들 때는
뭔가 큰일을 하는 것 같다.
“이거 되면 대박인데?”
이 상상은 사람을 설레게 만든다.
나도 일을 벌리는 것을 좋아한다.
어쩌면 너무 좋아해서 문제일 때도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이상하게 에너지가 생긴다.
아직 실패하지 않았고,
아직 가능성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진짜 어려운 것은 유지하는 것이다.
처음 회의는 누구나 신나게 한다.
처음 기획서는 누구나 열심히 쓴다.
처음에는 모두가
“이거 진짜 해보자”고 말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달라진다.
반응이 생각보다 안 올 수도 있고,
개발이 어려울 수도 있고,
팀원들이 바빠질 수도 있고,
내가 갑자기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그때부터가 진짜다.
일을 벌리는 사람은
시작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일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다.
일을 벌렸으면 책임도 져야 한다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한 말이다.
일을 벌리는 것은 재미있다.
하지만 일을 벌렸다면,
그에 따른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내가 시작한 프로젝트.
내가 모은 팀.
내가 하자고 한 약속.
내가 맡겠다고 한 역할.
이 모든 것에는 책임이 따른다.
실패해도 괜찮다.
프로젝트가 잘 안 될 수도 있다.
사업이 생각보다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
처음 생각했던 방향과
전혀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했다고 해서
그냥 도망가면 안 된다.
못 하겠으면 못 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방향을 바꿔야 하면
왜 바꾸는지 설명해야 한다.
중단해야 한다면
중단하는 이유와 이후 대응 방안을 정리해야 한다.
그게 책임이다.
책임진다는 것은
무조건 성공시킨다는 뜻이 아니다.
실패하더라도 끝을 흐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함께한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다음을 위한 기록을 남기는 것.
그것이 일을 벌린 사람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프로젝트보다 오래 남는다

당신이 벌린 일에는
당신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했던 팀원들이 있다.
시간을 내준 동료들이 있다.
당신을 믿고 따라와 준 사람들이 있다.
돈을 쓴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기회를 포기하고 함께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
당신을 믿었기 때문에
그들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다.
그런데 본인이 하기 싫다고,
희망이 없어 보인다고,
귀찮아졌다고,
갑자기 관심이 식었다고,
그냥 포기해버리는 순간
그 사람들과의 신뢰는 무너진다.
프로젝트 하나가 실패했다고
인생이 끝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을 잃으면
다음 기회가 줄어든다.
반대로 프로젝트는 실패했어도,
과정이 성실했다면 사람은 남을 수 있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그래도 저 사람은 끝까지 책임졌어.”
“다음에 또 같이해도 괜찮겠다.”
“적어도 도망가는 사람은 아니구나.”
이런 인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보다 무서운 것은 무책임이다.
실패는 배움이 될 수 있지만,
무책임은 신뢰를 잃게 만든다.
그러니 일을 벌이자, 대신 제대로 벌이자
이영상을 다들 한번씩 봤으면 좋겠다!!
나는 일을 벌리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일을 벌렸으면 좋겠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작게라도 만들어봤으면 좋겠다.
괜찮은 문제를 발견했다면
사람들에게 물어봤으면 좋겠다.
부끄럽더라도 제안해봤으면 좋겠다.
거절당하더라도
다시 고쳐봤으면 좋겠다.
다만 일을 벌렸다면
책임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
검증은 빠르게 하되,
사람은 가볍게 대하지 말고,
시작은 작게 하되,
마무리는 성실하게 해야 한다.
나는 앞으로도 일을 많이 벌릴 것이다.
아마 또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고,
또 사람들을 모으고,
또 이상한 아이디어를 들고 와서
“이거 해보면 안 돼?”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하나만큼은 잊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벌린 일은 내가 책임진다.
그게 일을 벌리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검증은 빠르게.
실행은 작게.
책임은 끝까지.
일을 벌리는 사람은
그렇게 성장한다고 믿는다.
부가가치세 신고 기간 때문에 30분 일찍 출근한
장원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