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훌륭한 멘티가 되는 법
팀코드브릿지를 운영하면서
정말 많은 학생들을 만났다.
처음부터 발표를 잘하는 학생도 있었고,
코딩을 꽤 잘하는 학생도 있었고,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도 있었다.
어떤 학생은 질문을 정말 많이 했고,
어떤 학생은 조용히 듣기만 했다.
또 어떤 학생은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마지막 활동이 되어서야 조금씩 자기 생각을 꺼내기도 했다.
그런 학생들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훌륭한 멘티는 어떤 사람일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일까?
말을 잘 듣는 학생일까?
멘토가 시키는 대로 잘 따라오는 학생일까?
물론 그런 모습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멘티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훌륭한 멘티는
배우려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다.
조금 부족해도,
잘 몰라도,
처음에는 어설퍼도
배우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결국 성장한다.
질문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멘토링을 하다 보면
질문을 잘하는 학생과
질문을 어려워하는 학생이 나뉜다.
질문을 어려워하는 이유도 이해된다.
“이걸 물어보면 너무 쉬운 질문처럼 보이지 않을까?”
“나만 모르는 건 아닐까?”
“멘토님이 귀찮아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나도 학생 입장이었을 때는
질문 하나 하는 것도 은근히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모르는 것을 숨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배우는 속도는 느려진다.
반대로 모르는 것을 인정하면
그 순간부터 배움이 시작된다.
질문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질문은
내가 어디에서 막혔는지 알려주는 신호다.
“이 부분이 이해가 안 돼요.”
“왜 이렇게 되는 건가요?”
“제가 생각한 방식은 이런데, 어디가 잘못된 걸까요?”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은
결국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간다.
좋은 질문은
멘토를 귀찮게 하는 것이 아니라
멘토가 더 잘 도와줄 수 있게 만드는 길이다.
자기 생각을 먼저 가져오기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질문만 많이 한다고 훌륭한 멘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질문을 하기 전에는
자기 생각을 한 번쯤 가져오는 것이 좋다.
“모르겠어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맞나요?”
“이 방법으로 해봤는데, 여기서 막혔어요.”
“제가 보기에는 이게 문제인 것 같은데, 다른 관점이 있을까요?”
이렇게 말하는 학생은
멘토 입장에서도 훨씬 도와주기 쉽다.
왜냐하면 그 학생이
어디까지 이해했고,
어디서 막혔고,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는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멘토링은 정답을 받아 적는 시간이 아니다.
멘토가 모든 답을 대신 찾아주고,
멘티는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는 구조라면
그건 성장이라기보다는 의존에 가깝다.
훌륭한 멘티는
멘토에게 답을 달라고만 하지 않는다.
자기 생각을 먼저 던지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피드백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이 자란다.
피드백을 흘려듣지 않기

멘토링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은
피드백을 받았는데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때다.
멘토가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도
다음 시간에 똑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성장은 생각보다 더디게 일어난다.
반대로 성장하는 멘티는
피드백을 받으면 작게라도 바꿔본다.
발표 목소리가 작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면
다음 발표 때 한 문장이라도 더 크게 말해본다.
코드 설명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면
다음에는 주석을 하나라도 더 달아본다.
기획이 모호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면
문제 상황과 대상을 다시 정리해본다.
엄청난 변화가 아니어도 된다.
중요한 것은
피드백을 듣고 나서
하나라도 행동이 바뀌었는가이다.
피드백은 기분 나쁜 지적이 아니라
성장할 수 있는 힌트에 가깝다.
물론 모든 피드백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훌륭한 멘티는
피드백을 무조건 방어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일단 한 번 생각해본다.
“이 말이 왜 나왔을까?”
“내가 놓친 부분이 있었을까?”
“다음에는 무엇을 바꿔볼 수 있을까?”
이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히 달라진다.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움직이기

가끔 학생들을 보면
너무 잘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시작을 못 하는 경우가 있다.
발표 자료를 완벽하게 만들고 싶어서
첫 장도 제대로 못 넘기고,
코드를 완벽하게 짜고 싶어서
기본 구조도 시작하지 못하고,
아이디어를 완벽하게 정하고 싶어서
회의만 계속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성장하는 멘티는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움직인다.
부족한 발표 자료라도 만들어보고,
엉성한 코드라도 실행해보고,
조금 어설픈 아이디어라도 팀원들에게 공유해본다.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다.
멘토링의 좋은 점은
어설픈 시도를 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학교 시험처럼 한 번 틀리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도하고, 피드백 받고, 고치고, 다시 해볼 수 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정답을 찾으려고 하기보다
작은 시도를 계속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 작은 시도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실력이 된다.
멘토가 도와주기 쉬운 상태 만들기
훌륭한 멘티는
멘토에게 잘 보이려고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멘토가 도와주기 쉬운 상태를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어디서 막혔는지 정리해서 말해주고,
지난번에 받은 피드백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알려주고,
다음에 무엇을 해보고 싶은지 이야기해준다.
이런 학생은
멘토 입장에서 정말 고맙다.
왜냐하면 멘토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멘토가 아무리 도와주고 싶어도
멘티가 어떤 상황인지 전혀 말해주지 않으면
도와주기가 어렵다.
“그냥 모르겠어요.”보다는
“여기까지 해봤는데, 이 부분에서 막혔어요.”가 훨씬 좋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보다는
“이 방향과 저 방향 중에서 고민 중인데, 어떤 기준으로 보면 좋을까요?”가 훨씬 좋다.
멘토에게 모든 짐을 넘기지 말고,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재료를 가져오는 것.
그게 멘토링을 더 좋은 시간으로 만든다.
멘토링 이후에 더 성장하기
멘토링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사실 멘토링 시간이 끝난 뒤일지도 모른다.
멘토링 시간 안에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성장은 그 이후에 일어난다.
수업이 끝난 뒤
오늘 배운 내용을 다시 정리해보는 학생.
피드백 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조금이라도 수정해보는 학생.
멘토가 알려준 자료를
집에 가서 한 번 더 찾아보는 학생.
이런 학생은
멘토링 시간이 끝난 뒤에도 계속 성장한다.
반대로 멘토링 시간에만 열심히 하고
끝나자마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배운 것이 오래 남기 어렵다.
성장은 한 번의 수업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훌륭한 멘티는
멘토링을 듣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자기 것으로 바꾸는 사람이다.
결국 스스로 움직이는 사람이 되기
멘토는 방향을 알려줄 수 있다.
막힌 부분을 풀어줄 수도 있고,
더 좋은 방법을 제안할 수도 있고,
실패했을 때 다시 해보자고 말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멘토가 대신 성장해줄 수는 없다.
결국 성장하는 것은 멘티 본인이다.
훌륭한 멘티는
멘토가 끌고 가야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멘토의 도움을 발판 삼아 스스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그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시도하고,
스스로 고쳐나가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게 진짜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멘티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훌륭한 멘티는
처음부터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처음부터 발표를 잘하고,
처음부터 코딩을 잘하고,
처음부터 기획을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훌륭한 멘티인 것은 아니다.
훌륭한 멘티는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질문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먼저 가져오고,
피드백을 하나라도 반영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움직이는 사람이다.
그리고 멘토링이 끝난 뒤에도
배운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멘토링은 멘토만 잘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멘토가 좋은 방향을 제시하고,
멘티가 그 방향으로 한 걸음 움직일 때
비로소 좋은 배움이 만들어진다.
나는 팀코드브릿지를 운영하면서
좋은 멘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훌륭한 멘티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훌륭한 멘티는
누군가가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배움을 통해 스스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멘티는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성장한다.
오늘은 진짜 시간이 없어서 초고를 빠르게 완성해야 했던
장원준 드림.